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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2017년 5월호

꿈을 꾸었다. ( 문호 스트레이 독스 - 쿠니키타 돗포 )

 

 

꿈을 꾸었다.

 

 

( 문호 스트레이 독스 - 쿠니키다 돗포, 쿠니유메 )

 

 

 

 

 

 

 

 

 

 

 새벽. 원하지 않던 꿈을 꾸었다. 그 아이가 자신의 눈 앞에서 처참하게 죽는 장면과 보고싶지 않은 모습. 견딜 수 없는 그 끔찍한 꿈이었다. 쿠니키다는 악몽을 떨쳐내기 위해서 이를 악 물고 벌떡 일어났다. 땀으로 등이 흠뻑 젖어 있었다. 헐떡이던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제 옆으로 급하게 몸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곤히 자고 있는 사람의 형체가 보였지만 혹시라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꿈일까봐 손을 뻗었다. 막 잠에서 깨서 그런지 아직 몽롱했다. 한 번에 잡히지 않아 조마조마했다. 괜히 더 불안해져서 심장이 마구 뛰었다. 만약 그 아이가, 유메가 살아 돌아 온 것이 꿈이었다면.
 
 턱, 하고 따뜻한 체온이 잡혔다.
 
 안심이 되고 힘이 풀리며 그대로 유메 옆으로 엎어졌다. 아. 다행이야, 꿈이 아니야. 살아있어.
 
 진정을 하고 조심히 몸을 돌려 곤히 자고 있는 유메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쿠니키다는 자신이얼마나 불안해 했으면 이렇게까지 안심을 하는지 어이가 없없 힘빠지게 하하- 소리를 냈다.
 
 
“선생님...?”
 
 
 쿠니키다가 악몽에서 일어난 시점부터 몇 번 몸을 뒤척거리던 유메가 깼다. 잘 자고 있다가 괜히 자신 때문에 깬 것 같아 미안했다. 
 
 
“선생님, 어디 아파요? 땀을 많이 흘리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좋지 않은 꿈을 꾼 것 뿐이야”
 
 
 미안하군. 다시 자라. 유메의 어깨를 감싸안고 토닥이며 다시 잠으로 보냈다. 유메는 금방 다시 잠에 빠졌다. 
 
쿠니키다 돗포는 죽은 연인을 살리기 위해서 어떤 이능력자의 이능력으로 시간을 거슬러 갔었다. 사토 유메는 쿠니키다의 제자이고 첫 애인이자, 어쩌면 평생을 같이 할 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여러가지로 자신에게 큰 의미였던 자신의 연인을 살리기 위해 아마 열 번도 더 넘게
시간을 되돌아갔을 것이다. 물론 거듭되는 실패로 열 번도 넘게 눈 앞에서 죽는 유메를 봐야하는 쿠니키다는 괴로웠지만 결국 유메를 구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심장이 빨리 뛰고 손바닥에 땀이 고였다. 그날은 쿠니키다에게 여전히 악몽이었다. 
 
 
 
 
 
아침. 밤을 꼴딱 새버렸다. 눈을 감고 자보려고 노력 했지만 악몽의 여파가 심했던 모양이다. 쿠니키다는 피곤한 눈꺼풀이 감기는 것을 억wl로 뜨며 출근 준비를 했다.
 
 
“오늘도 늦으세요?”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만.”
“선생님 요즘 너무 늦는 거 아세요? 그러다 건강 해치니까 조심하시라구요.”
“그래”
 
 
 선생님 또 제 말 제대로 안들으시죠? 옅은 다크서클이 눈 밑에 내려앉은게 속상하다는 듯 유메가 투덜거렸다.
 
 
“어젯밤에도 잠자다가 깨시고. 아무래도 휴가는 그냥 집에서 쉬는 게 어때요?” 
 
 
요 몇일 일이 바빴던 쿠니키다는 유메에게 이번 휴가를 같이 놀러가는 데에 쓰자고 하였다. 피곤한 선생님이 걱정 되었지만 오랜만에 데이트라는 것이 기뻐 그 날만 손 꼽아 기다리는 유메였지만 아무래도 신경쓰였나 보다.
 
 
“아니아니, 밤에는 그냥 꿈을 꿔서 그래. 약속했으니까 가는게 좋겠지.”
“흐음.”
 
 
 그래도. 라는 눈빛이었다. 걱정하지 말라며 유메를 안심 시켰다. 유메가 탐탁치 않은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가만히 보며 쿠니키다가 현관문을 열었다.
 
 
“선생님 저번에 내가 죽을 뻔한 다음부터 좀 이상해요. 그날은 그냥 운이 나빴던 거라니까 참.”
“...다녀오마”
 
 
 하는 수 없이 손을 흔드는 유메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얼굴을 찌푸린채 발걸음을 옮기며 쿠니키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죽을 뻔’ 한 게 아니라 ‘죽었던'걸 유메는 모른다. 오직 쿠니키다만 아는 일이었다. 한번 일을 당해보니 이제는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점심. 요근래 무장 탐정사는 바쁘다. 무장 탐정사의 일원인 쿠니키다 역시 사원들과 함께 일을 하느라 바빴다. 집에 일찍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일 때문이었다. 일을 하던 모니터에서 눈을 잠시 떼고 휴대전화를 확인 했다. 점심시간 이었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을 했으니 잠시 휴식을 가져도 좋을 터 였다. 익숙하게 번호를 누르며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유메였다. 이 시간에? 같은 말투였다.
 
 
“무, 무슨 일 이라도 있어요? 아님 뭐 두고 갔나?”
“아니 꼭 그거 아니라도 다른 일로 전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엥. 전화기 건너 편에서 유메가 짧게 소리냈다. 바쁜데 전화 할 시간은 있어요? 유메가 물었다. 너무 내가 그 동안 일만 했나… 쿠니키다가 끙 소리를 내더니 유메에게 말했다. 그게 아니고….
 
 
“어…” 
 
 
솔직히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뭐 어쩌면 집에 있다가 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음 그러니까… 할 말은 없었지만 그냥… 횡설수설하던 쿠니키다가 잠시 아, 하더니 말을 했다.
 
 
“오늘은 일이 일찍 끝날 수도 있다.”
“헉 진짜 무슨 일 있어요? 밤에 꿈 때문이 아니라 아파서 깬 거 아니죠 정말?”
“아니라니까” 
 
 
몇날몇일 이끌었던 일이 곧 끝나가는 건 사실이었다. 유메의 깜짝 놀란 목소리를 들으며 쿠니키다 전화를 계속 했다.
 
 
“저녁 먹기 전에 들어 갈 수도 있겠군.”
“와, 선생님 나랑 저녁 마지막으로 먹은 게 언제에요?? 알았어요!! 얼른 오셔요!” 
 
 
그래 알겠다. 쿠니키다가 전화를 끊고는 저녁 먹기 전에 들어간다는 건 조금 무리였지만 뭐 열심히 하면 끝나겠지. 생각으로 다시 열심히 일을 했다. 저녁. 오랜만에 일찍 온 집이었다. 유메가 깜짝 놀라며 쿠니키다를 반겼다. 
 
 
“와 진짜 일찍 왔네!”
“진짜 일찍 온 건 또 뭐냐”
“뭐 그냥 말은 그렇게 했어도 또 늦었겠지 싶었죠” 
 
 
안왔으면 삐졌겠군. 생글생글 웃는 유메를 보며 쿠니키다가 생각했다. 유메는 오랜만에 저녁 먹기 전 시간에 집에 들어 온 쿠니키다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밥은 차려놨다며 손이나 씻고 오라고 화장실에 밀어넣었다. 웃는 유메의 얼굴은 확실히 기분이 좋아보여서 쿠니키다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식탁에 마주앉았다. 유메는 재잘거리며 오늘 있었던 사소한 이야기를 했다. 평소에 늦게 온 쿠니키다한테 피곤할까봐 못했던 말들을 오늘따라 열심히 이야기했다. 쿠니키다도 열심히 들어주었다.
 
 
“애들이랑 다같이 근처에 새로 생긴 식당에 갔는데 완전 선생님이 좋아하실 것 같더라구요!
다음에 가요!”
 
 
 휴가 때 가도 좋을 것 같구요! 그런 유메가 보기 좋았다. 쿠니키다는 지금이 좋았다.
 
 
“그래. 다음에 같이 가지.”  
 
 
  
 
 
밤. 유메가 슬슬 잠이 온다며 하품을 했다. 평소에 쿠니키다를 기다리던 시간이 비하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일찍 와서 그런지 피로가 일찍 몰려온 모양이었다. 
 
먼저 자리에 눕는 유메를 보던 쿠니키다도 이제 자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 가서 누우려다 잠시 멈칫거렸다. 오늘 밤에도 악몽을 꾸려나. 그 꿈을 또 꾸느니 차라리 잠을 안자는게 좋겠는데.
 
 
“선생님 안자요?” “아. 나는,”
“일찍 자면 꿈도 안꾸고 푹 잘 수 있어요. 그리고 일단 꿈은 꿈은 꿈일 뿐인데 뭘 그리 걱정해요?” 
 
 
유메가 자리를 팡팡팡 손으로 두드리고는 쿠니키다의 손을 잡고 끌었다. 쿠니키다는 느릿느릿 자리에 눕고는 안경을 벗었다. 꿈은 꿈일 뿐이지만 그건 꿈이었던게 아니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하자니 잠을 자려고 해도 정신이 확 들었다. 너는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게 꿈이
아니였으니까.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유메가 재잘거렸다. 보이지 않았지만 웃는 얼굴이 그려지는 말투였다.
 
 
“선생님은 걱정이 너무 많아요. 오늘 푹 자고 악몽도 꾸지 맙시다~”
“..그래”
 
 
잘자요 선생님! 유메가 조용해 졌다. 쿠니키다도 조금씩 눈이 감겨왔다. 또 꿈을 꾸겠지만 꿈은 꿈일 뿐이니까.
 
 쿠니키다는 오늘 밤도 꿈을 꾸었다. 어젯밤의 악몽과는 다른, 조용하고 잔잔한 꿈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