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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2017년 6월호

넌 나의 미래였다. ( 3월의 라이온 - 소우야 후유에 ) 넌 나의 미래였다. ( 3월의 라이온 - 소우야 후유에, 소우야 토우지 가족 드림 ) "3칠 보! (步)" 간단한 3수 풀이였다. "...자. 3 이(二)에 이미 보가 들어가 있지? 한 줄에 보가 두개 들어가면 어떻게 된다고?" "...이보(二步) 금지의 원칙..." 그래, 그거야. 이제는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사부의 말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낡은 장지문을 힐끗 바라본다. 혹시나 와 줬을까. 하는 어린 마음에 말이다. 인영이 얇은 종이 너머로 비치자 나는 얼굴에 홍조까지 띄워가며 소리없이 기뻐한다. 그리고 열린 문 너머로 나를 찾는 것은 할머니다. "오빠는?" "오빠는 바쁘잖니. 후유에." 그 쯤은 나도 아는 걸. 다만 지기 싫은 것 뿐이야. 사부는 말 없이 기물을 작은 주머니에 담아.. 더보기
폭우 ( 하이큐-!! - 우시지마 와카토시 ) 너에게 쓰는 편지 ( 하이큐-!! - 우시지마 와카토시, 우시하네 ) 아주 더운 날의 연속이었다. 매미는 귀가 먹먹할 정도로 울어대고, 모기는 기승을 부렸다. 안 그래도 에어컨이 돌아가는 실내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벗어나면 불쾌지수가 치솟는데, 최근에는 심지어 하늘마저 끈끈한 잿빛이었다. 금방이라도 쏟아낼 듯 하늘의 구름은 우중충하고 잔뜩 습기를 머금은 채였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 어서 한바탕 쏟아지길 바라는, 목구멍까지 턱턱 숨이 막히는 날들. 오늘은 비가 올까. 요즘엔 저조한 적중률로 많은 사람들의 원망을 사고 있는 일기예보를 우시지마 또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펴보았다. 요즘의 찌는 듯한 날씨는 명백하게 연습에 차질을 주고 있었으므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오후는 며칠째 내리지 않던 비.. 더보기
너에게 쓰는 편지 ( 신비한 동물사전 - 퍼시발 그레이브스 ) 너에게 쓰는 편지 ( 신비한 동물사전 - 퍼시발 그레이브스 X 리아 퀸 )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안 하던 짓을 한다고 했던가. 사실 죽을 때 까지는 아니었지만, 리아는 죽음이 오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행복했다. 평소 그녀는 글쓰기, 라던가 예쁜 글씨와는 거리가 멀었고 제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 무언가를 쓰는 것을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주위에서도 가끔 글씨를 주제로 놀림을 받았었기 때문일까 스스로도 자신감이 없는 상태였고, 아주 어릴 적 떠밀려서 쓰던 일기도 몇 번 쓰다 그만두기도 했다. 그렇게 무언가를 쓰는 것과 거리가 먼 그녀는 지금 펜을 쥐고 앉아서 끙끙 거리는 소리들로 방을 채우며 펜 끝을 머리에 대고 고민하고 있었다. 곧 편지지에 무언가를 쓰던 그녀는 여러 문장이 적힌 편지지를 보다가 결국 .. 더보기
넌 나의 미래였다. ( 노래의 왕자님 - 미카제 아이 ) 넌 나의 미래였다 ( 노래의 왕자님 - 미카제 아이, 아이미나 ) 평소보다 일찍 끝난 날, 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디 좀 같이 가달라는 부탁이었다. 대체 어디를 가려는지 물어봐도 비밀이라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조금 불퉁해진 채 아이가 지시한 대로 버스를 탔다. 중간에 내려서 다른 버스로 갈아탄 다음, 아이가 말한 목적지에서 내렸다. 주변을 그다지 돌아보지 않아도 가장 먼저 커다란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목이 아플 때까지 고개를 들어야만 그 끝이 보이는 초고층 빌딩. 스카이트리였다. 일본으로 이민을 오기 전에는 꼭 한 번 와보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근 3년 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뒷목을 손으로 짚고 주변을 살폈다. 이리로 오라고 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입술이 비죽 튀어나왔다. “대체 어.. 더보기
어느 여름날의 고백 ( 문호 스트레이 독스 - 나카하라 츄야 ) 어느 여름날의 고백 ( 문호 스트레이 독스 - 나카하라 츄야, 츄수 ) 포트 마피아. 규모, 악명도 날아가는 새 간을 빼먹고 웃는 아이도 울게 만드는 조직. 그곳의 간부. 나카하라 츄야는 이름으로 충분히 골뱅이 오줌도 지리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헌데 그에게도 이 수아 라는 자는 속된 말 로, 골때리는 부류였다. 첫 만남부터 카펫에 토악질을 해대고 인사불성처럼 구는 걸 다음날까지 목숨 붙혀 줬더니 두개골에 구멍 낸다고 윽박을 질렀다. 배은망덕한 새끼. 부하도 아닌 걸 살려둘 이유가 있나.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철컥- 총구가 뜨거워 지려는 찰나. “실력 깨나 하는 가 본데 총을 쥐어 봐주게, 츄야.” 다자이 놈은 틀린 적 없으니 방심한척 부러 느슨하게 행동했다. 퍼드득. 허기진 네 발 달린 짐승이 총을.. 더보기
넌 나의 미래였다. ( 쿠로코의 농구 - 모모이 사츠키 ) 넌 나의 미래였다. ( 쿠로코의 농구 - 코우지마 치아키 X 모모이 사츠키 ) ‘너처럼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도 억지로 하려는 녀석한테 사츠키를맡길 수 없어.’ ‘나는 좀 더 노력해서 사츠키에게 , 사츠키 옆에 나란히 서도 부끄럽지 않을 그런 남자가 될 거야 .’ 언젠가 보았던 상황, 들었던 목소리. 그날은 아마 노을이 지는 어느 겨울날의 일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많은 남학생에게 고백을 받았던지라 여러 명의 고백을 거절하고 모두가 하교한 시간에 모모이는 자신에게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남학생을 거절했었다. 그런데도 강압적인 태도에 어디선가 나타난 코우지마가 모모이를 보호하듯 남학생의 어깨를 밀어내며 둘 사이에 섰었다. 화가나 끼어들지 말라고 코우지마의 멱살을 잡는 남학생에게 코우지마가 했던 말이었다. 그저 선.. 더보기
초여름 ( 하이큐-!! - 우카이 케이신 ) 초여름 ( 하이큐-!! - 우카이 케이신, 우카후유 ) 목 뒤로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조그마한 창문으로 들어오는 열기가 제법 매섭다. 6월의 초여름답지 않게 공기는 후덥지근했고 뜨겁게 달궈져 있는 것이 마치 여름의 한 가운데에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내 앞에 펼쳐진 이 풍경이 이 더운 날씨를 더 덥게 만드는 것이라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운동화가 바닥에 마찰되어 나는 소리, 공을 칠 때 나는 강렬한 타격 음, 그리고 그보다 더 큰 고함소리. 소리 하나하나가 공기를 울리고 그 안에 담긴 열정 이 날씨를 더 덥게 만든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라 할 수 있겠다. 내 평생을 돌아봐도 나는 구기운동, 특히 배구와는 아무런 연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16살의 나는 지금 그 배구 부안에 서있다... 더보기
너에게 쓰는 편지 ( 메이플 - 매그너스 ) 너에게 쓰는 편지 ( 메이플 - 매그너스, 매그르네 ) 있잖아, 여름이 다가온다. 너는 더위도 추위도 잘 타는 녀석이었지. 날이 더워지기 시작할 무렵이 다가오면 내 곁으로는 죽어도 오지 않으려던 괘씸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그린 듯이 선하다. 부러 이리 오라 부르면 누가 봐도 싫은 표정으로 몸서리를 치면서, 얼굴 한가득 울상을 담고서도 어떻게든 바득바득 다가오는 것이 지나칠 정도로 귀여워서. 네가 그랬다. 매그너스 님은 피부가 뜨겁단 말이에요, 간만에 갑주를 벗어던지고 평상복을 입은 날이었던가, 그게, 그 갑주는 보기만큼이나 통풍이 안 된단 말이지. 그렇잖아도 더운 날인데 갑주까지 끼고 있으려니 영 죽을 것 같아서, 잘 입지도 않는 가벼운 복장으로 내려왔건만 네녀석은 ‘갑주가 더 시원했어’ 라면서 투정이나.. 더보기
어느 여름날의 고백 ( 테니스의 왕자 - 카이 유지로 ) 어느 여름날의 고백 ( 테니스의 왕자 - 카이 유지로x나리타 유우키 ) 내가 이 더운 날에 왜 나왔을까.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후회했다. 쇼핑 같은 건 인터넷으로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집 문을 열고 나오다니. 백화점은 시원할테니 괜찮다고 가볍게 생각한 20분 전의 나는 어리석음의 결정체였다. 오키나와의 강렬한 자외선을 뚫고 겨우 도착한 백화점은 어느 에리어든 사람들로 가득차있었다. 휴가 시즌이라 평일에도 관광객이 바글바글하다는 걸 잊고있었던 것이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미 이렇게 된 건 어쩔 수 없다. 조금 열 좀 식히고 움직여야지. 앉을 만한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익숙한 옆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잠시 멈칫하자 타이밍 좋게도 그가 고개를 돌렸다. 푹 눌러쓴 모자 사이로 보인.. 더보기
어느 여름날의 고백 ( 디지몬 시리즈 - 야가미 타이치 ) 너에게 쓰는 편지 ( 디지몬 시리즈 - 야가미 타이치×카시이 아키나 ) 여름은 늘 그런 분위기가 있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흘러드는 햇볕이나, 유난히 높고 넓게 퍼지던 호루라기 소리나, 줄줄 녹아내리는 초콜릿 같은, 그런 것. 혹은, 호쾌하게 내리는 소낙비 같은 시원함과 젖은 흙의 냄새도, 하늘이 찢어지듯 노래하는 매미의 울음도, 여름의 것이었다. 여름을 싫어하는 내게, 네가 알려준 것은 그러한 것들이었다. 물론, 네가 여름을 알려주었다고 해서, 내가 마법처럼 여름을 사랑하게 되는 일은 없었다. 다만, 그저 그런 현상들을 조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뿐이었다. 여름, 하면 꿉꿉한 습기에 찬, 열병 같은 나날만을 생각했던 작지만 좋은 변화라고 생각했다. _ 그게 뭐야. 네가 팔락팔락, 손부채를 부치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