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 미래의 너
( 페이트아포크리파 - 시로 코토미네, 햄상 )
‘페이트 아포크리파’의 엔딩후의 이야기입니다...
*스포가 조금.... 있을 거에요.... 주의 해주세요...
다른 길을 택했더라면 그 길이 옳았을 거라는 보장은 아무 데도 없습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전부 제가 안고 갈게요.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
**
있죠...! 소녀는, 태양 빛을 받은 머리카락을 흔들거리며 입을 열었다. 반짝이는 눈은 안에 바다가 담겨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하게 만들었다.
"무슨 일인가요?"
"신부님은 바다에 가본적 있어요?!"
그 질문에 신부님― 이라고 불린 소년은 작게 미소 지었다. 물론이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바다는 어떤가요?! 예쁜가요?! 시원한가요?! 커요?!"
소녀는 이것저것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아이 같은 질문이 썩 귀여워서 미소는 여전히 유지한 채였다.
"바다에… 가보고 싶나요?"
"네!!"
망설임 없는 대답이었다. 곧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한 번도 가본적 없으니까요! 실제로 보고 싶어요!"
"…그럼 나중에 함께 갈까요. 바다에."
"정말요?"
그럼요. 꼭 함께 가도록 하죠.
"아리! 아리이!!!!"
"……."
"앗! 일어났어?!"
자신을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제나의 분홍빛 머리가 자신을 깨우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서야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꿈……."
"꿈? 무슨 꿈을 꿨는데?"
"응? 아, 아니 아무것도! 그냥……. 예전 일을 잠깐... 그것보다 아스톨포! 자꾸 위에 올라타지 말라구! 무거우니까?"
"무슨 소리! 이 아스톨포님은 깃털처럼 가볍다구! 아무튼 아리가 일어났으니까 됐어~"
아스톨포는 창문에 쳐진 커튼을 걷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아리, 아리안느도 이불에서 나와 커튼이 걷어진 창문 밖을 보았다. 햇빛이 따사롭게 내려오는 것을 볼 수가,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리는 오늘 갈 곳이 있다고 했었지~?"
"응, 프랑스에……. 고향에 다녀오려고"
"그래? 그런데 갑자기 왜?"
"어? 음……. 그, 그냥……. 그런 이유가 있어!"
아스톨포는 깊게 캐묻지 않고 넘어가주었다. 어쩌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뭐! 아무튼! 아리가 다녀올 동안 나는 멋지고 화려고 멋진……. 아, 이건 이미 말했구나 어쨌든! 완벽한 여행 계획을 세워 둘 테니까! 기대하고 있으라궁!"
아스톨포는 해맑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녀는 이런 미소가 좋았다. 순수한 미소가. 한순간 자신까지 걱정을 잊게 되는 그런 미소였다.
"아리는, 언제나 웃고 있네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무슨 뜻일까요?!"
"나쁜 뜻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저 신기해서 그렇답니다."
신기해서?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소녀의 눈앞에 있는 소년은, 시로 신부는 살짝 미소를 품고는 말을 이었다.
"웃을 수 있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니까요. 언제나 누군가를 향해 웃어줄 수 있다는 건 정말로, 정말로 아름다운 행동이지 않을까요?"
"그런가요? 신부님은 제가 웃는 게 좋으신가요?!"
"네. …네? 음, 굳이 좋고 싫고를 따지라면 좋은… 쪽이겠죠―"
시로 신부는 무의식 적으로 손을 올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따스한 금빛 머리카락은 부드러웠다.
"그렇군요! 좋아요! 신부님 앞에서는 늘 웃어드릴게요!"
그 말에 소년은 소리 내어 작게 웃었다. 좋아요.
"그러고 보니 언제나 웃겠다고 했는데.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헤어지지 못 했네."
성당의 복도를 걸으며 그녀는 중얼 거렸다. 이미 성당은 오래전에 폐허가 되어있었다. 예전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마치 그날의 일은 나만 꾼 꿈같아."
녹슨 십자가 앞에 선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곧 손을 모으고 한쪽 무릎을 바닥에 굽혔다. 목에 걸린 작은 십자가를 두 손에 꽉 지었다.
언제나처럼 기도를 했다.
"어쩌면 나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할지도 몰라. 가장 행복했던 때로... 좋아하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그날로.."
그녀는 눈을 떴다. 아리안느 폰 펠티에의 기도는 짧게 끝을 맺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성당의 뒷길에 남아 나무에 기대어 있으니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당장 아침에도 들었던 목소리.
"아리!! 찾았다! 볼일은 끝냈어?"
"아, 응. 그런데 여긴 어떻게 찾았어?"
"후후, 이 아스톨포님에게 그런 건 식은죽먹기! 랄까나?!"
아스톨포는 제 한쪽 눈을 감으며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머리, 꽤 많이 길었네~ 아스톨포의 말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머리에 제 작은 손을 가져갔다.
"그러네."
"머리는 자르지 않을 거야?"
"아마도?"
그렇구나. 따로 이유라도 있어? 아스톨포는 그녀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잠시 생각하는 듯싶던 그녀는,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들어버려서……. 그래서 그게 이렇게 되어버렸네."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과거 어느 때의 일이 머리속을 잔뜩 어지럽혔다. 흩어져버렸던 조각들이 모여들었다.
"머리, 자른 건가요?"
"앗, 알아보셨네요...?! 생각보다 많이 길어서 잘랐답니다! 음… 이상한가요?!"
아마 나는 짧아진 머리에 슬쩍 손을 가져가며 긴장을 했던 것 같다. 그땐 왜 그랬는지 몰랐지만.
"이상한 건 아니지만… 저는 좋았거든요 긴 머리가."
말의 힘이란 건 참 대단한 것 같다. 그 한 마디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런 ‘일’을 겪고도 이렇게 나를 옭아매고 있으니까.
사람을 잊는다는 거 정말 쉽지 않은 거 같아요. 그렇죠?
**
“일본은 어떤 곳인가요?”
간단하기 때문에 더욱이 어처구니없는 질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날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미 본능이 무언가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 앞에 서있었을 사람은 너무나 친절해서 비웃지도 화를 내지도 않고 성의껏 대답을 해주었던 것 같다.
바다가 예쁘다고 했던가? “어릴 적” 예쁜 바다를 보았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날도 아마 함께 가자고 약속을 했을텐데...
“아리! 저기 봐!! 네가 말 한대로 엄~청 예쁜 바다가 보인다구~!”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탓에 아리는 한 박자 늦게 반응을 보여주었다. 창밖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정말로 예쁘게 보였다. 그날 말했던 바다는 이것 이었을까요?
“어서 내려서 걷고 싶네~”
“참아! 바다 위를 걸을 순 없잖아?”
“하지만 날수는 있는 걸!!!”
“그건 꽤 재밌을지도...?”
“해버릴까?!”
“아냐, 역시 안 돼! 혹시라도 잘못되는 카울레스한테 또 잔소리 들어버려.”
그 말에 아스톨포는 시무룩하게 어깨를 축 내려트렸다. 하지만 곧 도착 할테니까. 이어진 그 말에 곧 다시 어깨가 살아났다. 그런 반응에 그녀는 정말로 귀여운 생명체……. 라고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생각보다 조용하고 소박한 동네인거 같아!”
“그러네. 뭐 섬이니까.. 당연하겠지만?”
두 사람은 작은 마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아스톨포와 아리안느의 모습은 심각하게 눈에 띄었기에 어디를 가든 마을 주민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국의 사람이라고 멸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절하게 관심을 보여주었다.
“뭐랄까! 일본인들은 생각 했던 것 보다 친절하네!”
“그렇지?”
“ ‘이상한 사람들’만 만나서 다들 그런 느낌일거라고 생각해버렸는데 수정해야겠어! 수정~!”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바다를 담고 있던 눈에는 익숙한 느낌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실제로는 처음 보는 건물이겠지만 느낌만큼은 익숙했다.
“성당이네.”
“아, 응응! 여기가 바로! 어... 그러니까……. 사, 사키츠 성당!”
“굳이 몰래 책자를 볼 필요는 없으니까...”
“엣, 엣헴! 아무튼 여기 오면 아리가 좋아할 것 같아서 내가 열심히 계획한거라구!”
그래? 고마워. 눈을 마주보며 그녀는 웃어주었다. 너무 걱정을 끼쳐 버린 걸까. 그녀는 아스톨포의 손을 잡고서는 성당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온 김에 내부도 구경하고가자. 아스톨포는 망설이는 듯 했지만 곧 순순히 따라 들어왔다.
“생각보다 깔끔하네에…….”
“나중에 다시 재건축 했다고 들었어.”
“헤에, 그렇구나. 랄까 난 이런 곳 와도 잘 모르니까… 아무튼! 나는 밖이랑 좀 더 둘러볼래!”
“그럴래?”
“응!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기도하고와!”
아닌 듯하면서도 아스톨포는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같이한 시간이 길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스톨포는 그녀에게 대해 잘 이해하고 또 이해하려 하고 있었다.
“당신도 이곳에서 기도를 드렸을까요? 정말로 같이 왔다면 좋았을 텐데.”
남아버린 미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든 버텨서 늘 어느 순간 기억나게 만들었다.
“분명 후회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런데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죠?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원래…….”
눈을 천천히 감아서, 두 손을 모았다. 언제나의 자세였다. 기도를 했다. 신에게. 간절한 목소리가 닿기를 바라면서……. 창문이 열려있었던가? 바람이 들어오는 것 이 느껴졌다.
잠 들었던가? 언제 정신을 잃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시간은 어느 정도 흘렀을까. 아니 지금 나 어디에 있는 거지?! 정신은 깨어있지만 몸은 아직 적응을 못한 듯, 원하는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어쩌면 아직 꿈속인건 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뜨고 싶었지만 어쩐지, 어쩐지 망설여졌다. 하지만 확인하고 싶었다. 지금 느껴지는 이 느낌을.
“…….”
“일어나셨군요.”
“…역시 꿈인가요?! 그렇죠?!”
일부러 큰 소리로 오버하듯 말했다.
“후후,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아닐 수도 있어요. 모든건 당신의 마음에 달린 문제니까.”
“그런가요… 그래도 만약에 꿈이라도 인사는 하게 해주세요.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네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 그녀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누워있었을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주위를 보니 더욱이 꿈이라는 것에 확신이 갔다. 그래도 좋았다. 꿈이라도. 적어도 지금꾸고있을 꿈은 과거의 일이 아닐테니까.
“맞아, 저 드디어 바다를 보러왔어요! 실제로 보니까 더 아름다웠어요. 진짜로.”
“그렇던가요? 다행이네요. 마음에 들어서.”
“아, 맞아 그리고…….”
“…아리.”
나지막이 부른 이름에 그녀는 똑바로 눈을 쳐다보았다.
“나를 잊지 않아주는 건 정말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과거에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어요. 당신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날도 전 말했습니다. 전 제가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아요. 그러니 당신도 후회하지 말아요.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방법은 어디에도 없어요.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있잖아요. 그러니 이제 깨어나세요.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바닥의 꽃은 너무나 새하얘서 눈이 멀 것만 같았다.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하면 깨어날 수 있는 건가요?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눈은 그렇게 묻고 있었다.
“자신을 믿어요. 뒤를 돌아보지도 말고 앞으로 걸어가세요. 괜찮습니다. 제가 있으니까요.”
그녀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계속 걸어갈게요. 꿈에서 나올 때 까지. 출구를 향해서.
“신… 아니, 아, 아마쿠사 시로 도키사다. 다, 당신을 꼭 만나러 갈게요. 어디가 되었든, 언제가 되었든! 그, 그러니까...”
말을 할수록 그녀의 얼굴은 점점 붉어져갔다.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에 자신의 손을 잡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떨어뜨리고 있던 고개를 들어 다시 눈을 쳐다보았다.
“저도 당신을 잊지 않고 꼭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믿어주세요. 그리고... 이름을, 진짜 이름을 불러주어서 감사합니다. 이젠 정말로 끝내야할 시간이 온 것 같네요.”
미래로부터 꼭 만나러 갈게요. 기다려주세요!
잊지 않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믿고 있으니까요.
눈을 떴을 땐 성당 안이었다. 성당의자에 잠깐 잠이 들어 있었다고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잠에서 깨었을 때 손은 여전히 따스했다. 꿈… 이지만 꿈이 아니었다. 무언가 이렇다 할 답을 얻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
“어떻게든 될 테니까. 그렇지?”
“응?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맞아! 뭐든 어떻게는 되니까!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거겠지!”
바다의 바람은 시원하게 머리를 적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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